LLM 시대, 기술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취향'이라는 새로운 스킬셋
요즘 LLM(거대 언어 모델) 얘기가 참 많죠. 개발 현장은 물론이고, 이제는 일반인들까지도 LLM을 활용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됐습니다.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바로 구현 가능하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리고요. 저도 이런 흐름을 보면서 참 흥미롭고 기대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좀 다른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게 단순히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고만 보기는 어렵다는 거죠.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장벽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특히나 ‘기술(skill)‘과 ‘취향(taste)‘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더 중요해졌다고 저는 보고 있어요.
‘개발 쉬워졌다’는 환상, 그 이면엔 뭐가 있을까
LLM이 등장하면서 코드를 짜거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훨씬 간편해진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프롬프트 몇 줄로 웹사이트 구조를 잡고, 기본적인 기능을 구현하는 코드를 받아볼 수 있으니까요. 예전 같으면 며칠 걸릴 일도 몇 시간, 몇 분 만에 뚝딱 해낼 수 있는 세상이 온 거죠.
이런 변화 덕분에 많은 분들이 “내 오랜 꿈의 앱을 드디어 만들 수 있겠다!”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뛰어들고 있어요. 저도 그런 열정은 정말 높이 평가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렇게 만들어진 앱들 중 대다수는 결국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왜 그럴까요? LLM이 시킨 대로 코드를 잘 만들었는데도 말이죠.
기술을 넘어선 ‘취향’의 힘
바로 여기에 ‘기술’과 ‘취향’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등장합니다. 예전에는 개발자가 기술 스택을 잘 쌓고, 코드를 효율적으로 짜고, 복잡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기본 기술은 LLM이 어느 정도 커버해주는 시대가 왔어요.
여기서부터 ‘취향’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거죠. 여기서 말하는 ‘취향’은 단순히 디자인 감각을 의미하는 게 아니에요. 어떤 아이디어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지, 어떤 기능이 사용자에게 진짜 가치를 제공할지, 어떤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매력적으로 느껴질지 아는 통찰력 같은 겁니다. 즉, ‘시대를 읽는 눈’이나 ‘사용자 경험에 대한 깊은 이해’ 같은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무리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만든 투두(todo) 앱이라도, 이미 세상에 차고 넘치는 투두 앱들 사이에서 사용자들에게 “와, 이건 진짜 다르다!”는 인상을 주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똑같은 아이디어라도, 그걸 어떤 방식으로 구현하고, 어떤 메시지를 담아내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리는 거죠. 이게 바로 ‘취향’의 영역입니다.
넘쳐나는 ‘잡음’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LLM 덕분에 기술적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정말 많은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중 상당수가 “어디서 본 듯한”, “대충 만든 티가 나는” 프로젝트들이라는 점이에요. 아이디어도 흔하고, 구현 방식도 비슷하고,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는 더더욱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죠.
이런 프로젝트들이 쏟아지면서 전체 생태계에 일종의 ‘잡음(noise)‘이 발생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말 참신하고 잘 만들어진 프로젝트들마저 이 잡음 속에 묻혀버릴 수 있는 위험이 생긴 거죠. 지난 수년간 수많은 개발자가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가, 마치 ‘대충 만들어도 되는 것’처럼 인식될 수도 있고요.
저는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기술 제품이 결국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늘 마음에 새기려고 합니다. 단순히 코드를 잘 짜는 것을 넘어, ‘이 제품이 왜 필요한가?’, ‘사용자들이 이 제품을 어떻게 느낄까?’, ‘이 제품이 어떤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까?’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능력이 이제는 더 중요해진 거죠. 기술은 그걸 구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고요.
그럼 우리는 ‘취향’을 어떻게 길러야 할까?
기술 스택을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좋은 취향’을 기르는 데도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타고나는 감각도 중요하지만, 취향은 결국 경험과 학습을 통해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는 영역이거든요.
첫째,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해야 합니다. 어떤 제품이 왜 성공했고, 어떤 제품이 왜 실패했는지 끊임없이 분석해보세요.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디자인, 사용자 경험, 마케팅 전략까지 폭넓게 살펴보는 거죠. 해커뉴스 같은 곳에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던 프로젝트들은 대체로 ‘취향’이 좋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술적 복잡성보다도, ‘어떤 문제가 해결되는가’, ‘어떤 재미를 주는가’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 많았죠.
둘째,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진짜로 필요로 하고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보는 거죠. 사용자 인터뷰나 시장 조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 불편함이나 새로운 트렌드를 포착하려는 섬세한 시도가 필요합니다.

셋째, ‘완성도’에 대한 기준을 높여야 합니다. LLM이 초안을 빠르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그걸 ‘슬롭(slop)‘이 아닌 ‘작품’으로 만드는 건 결국 인간의 몫입니다. 디테일에 대한 집착, 사용자가 감동할 만한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는 노력이 결국 ‘좋은 취향’의 결과물로 이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기술과 취향,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때
LLM은 분명 우리에게 엄청난 잠재력을 열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잠재력을 의미 있는 결과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기술’이라는 기본기 위에 ‘취향’이라는 날카로운 감각이 더해져야 한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단순히 코드를 잘 짜는 개발자를 넘어,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취향 좋은 개발자’가 되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 아닐까요?
새로운 기술의 물결 속에서,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취향’을 갈고닦아 잡음 속에서도 빛나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