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을 사랑했던 나, 그 사랑은 어떻게 변해버렸을까?
요즘 개발 커뮤니티에서 흥미로운 글이 하나 화제가 되고 있더라고요. 7살 때부터 코딩을 시작해서 지금은 50살이 된 개발자의 이야기인데요. “내가 사랑했던 것이 변했다”는 제목이 어딘가 모르게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저도 이 글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어요. 단순히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많은 개발자들이 느끼는 공통된 감정이 아닐까 싶었거든요.
사실 우리 모두가 개발을 시작할 때, 뭔가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순수한 즐거움을 꿈꾸지 않았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제 아이디어를 코드로 구현하고, 그게 실제로 동작하는 걸 보는 건 정말 마법 같은 경험이었죠. 마치 건축가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멋진 건물을 지어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특히 산업이 고도화되고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그 순수한 즐거움이 변질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개발이라는 행위 자체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퍼즐 조각들을 맞춰나가는 것’에 가까워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순수한 즐거움에서 복잡한 현실로
원문의 저자가 말하는 핵심은 이거예요. 예전에는 직접 코드를 짜고, 시스템의 밑바닥부터 이해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는 거죠. 마치 레고 블록 몇 개로 상상 속의 집을 짓는 것처럼 말이에요. 모든 블록의 용도를 알고, 어떻게 연결되는지 명확하게 볼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수많은 프레임워크와 라이브러리, 클라우드 서비스, API들이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활용’해서 뭔가를 만들어야 해요. 마치 완제품 레고 세트를 조립하는 것처럼요. 물론 조립하는 재미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레고 블록 하나하나를 직접 만들고 이해하는 깊이 있는 경험은 줄어들게 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깊이 공감했어요. 신입 개발자 시절에는 하나의 함수를 만드는데도 엄청난 고민을 하고, 라이브러리 소스 코드까지 파고들면서 “아, 이게 이렇게 동작하는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던 때가 있었죠. 그 과정에서 뭔가 배우고 성장한다는 느낌이 강렬했습니다. 지금도 물론 그런 즐거움이 있지만, 그때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개발이 ‘접착제 코딩’이 되어버릴 때
요즘 개발자들 사이에서 “접착제 코딩 (Glue Code)“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이 말은 여러 시스템이나 라이브러리, API를 서로 연결하고 통합하기 위해 작성하는 코드를 의미해요. 핵심 로직보다는 연결 역할에 더 집중하는 코드인 거죠.
저도 실제 업무에서 이런 접착제 코딩을 할 때가 많습니다. A라는 서비스와 B라는 서비스를 연동해야 하는데, 중간에서 데이터를 변환하고 특정 로직을 처리해주는 코드를 짜는 식이죠. 이게 중요하지 않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현대 시스템에서는 이런 통합 작업이 핵심적인 부분이거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개발의 즐거움’은 확실히 줄어들 때가 많아요.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이어 붙이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창의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두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묶을까?’ 하는 실용적인 고민에 더 가까워지는 거죠. 예전에 느꼈던 ‘탐험하고 창조하는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듯해요.

기술 부채와 끊임없는 학습의 굴레
또 한 가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변화는 ‘기술 부채’의 증가와 ‘끝없는 학습’의 압박입니다. 새로운 프레임워크와 라이브러리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심지어 이미 쓰고 있는 기술 스택도 버전업이 되면서 끊임없이 바뀌죠. 잠시 한눈을 팔면 뒤처진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개발자들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어떤 때는 마치 거대한 기술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대는 기분이 들어요. 이 파도를 즐기며 서핑하는 게 아니라, 그저 가라앉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느낌이랄까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그것이 ‘생존’의 문제로 다가올 때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기존 레거시 시스템을 유지 보수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과거의 기술 부채는 미래의 발목을 잡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 해도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 문제에 부딪히기 일쑤죠. 이 모든 복잡성을 관리하는 것이 개발의 주된 일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원문의 저자는 결국 이런 변화 속에서 개발에 대한 ‘사랑’의 형태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단순히 코드를 짜는 행위를 넘어, 더 넓은 시야에서 시스템을 설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관점을 확장해야 한다는 거죠.
제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개발’이라는 단어가 포괄하는 영역이 훨씬 넓어졌거든요. 이제는 비즈니스 도메인에 대한 깊은 이해, 사용자 경험에 대한 통찰, 팀원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이 코딩 실력만큼이나 중요해졌어요.
어쩌면 우리가 사랑했던 ‘코딩’은 이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라는 더 큰 그림의 일부가 된 건지도 모릅니다. 순수한 코딩의 즐거움이 줄어들었다면, 이제는 복잡한 문제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종류의 만족감을 찾아야 하는 거죠.
1. 나만의 ‘놀이터’를 만드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순수한 코딩의 즐거움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업무 외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 즐거움을 다시 찾아보고 있습니다. 아무런 제약 없이, 오직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기 위해 코드를 짜는 시간은 여전히 저에게 큰 활력을 줍니다.
어떤 프레임워크를 쓸지, 어떤 아키텍처를 적용할지, 심지어 어떤 언어를 쓸지까지도 오롯이 제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나만의 놀이터’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업무에서 오는 피로감과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도, 이 놀이터는 개발자로서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중요한 안식처가 될 수 있습니다.
2. ‘성장’의 의미를 재정의하기
또 한 가지는 ‘성장’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겁니다. 예전에는 새로운 기술 스택을 익히고, 더 빠른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것이 성장의 주된 척도였다면, 이제는 다릅니다. 복잡한 시스템의 아키텍처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능력, 여러 팀과 협업하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리더십, 심지어 비기술 직군과의 소통 능력까지도 개발자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됩니다.
이러한 능력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코드’로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기술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만큼이나, 변화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소프트 스킬’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진 거죠.

결국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50대 개발자의 이야기는 결국 ‘변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것이 변했다는 건 슬픈 일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 사랑이 더 성숙하고 넓은 형태로 진화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프로그래밍이라는 분야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화해왔습니다. 과거의 개발 방식이 지금은 비효율적이거나 불가능한 것처럼, 지금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도 미래에는 또 다른 형태로 변해 있을 거예요. 중요한 건 그 변화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와 즐거움을 찾아 나가는 유연한 태도가 아닐까요?
저 역시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어떤 개발을 사랑하고 있었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어떤 즐거움을 찾아 나갈 것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잠시 멈춰 서서 개발에 대한 여러분의 ‘사랑’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갈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